2025.4.2.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시편 131편은 매우 짧다. 세 절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가 성전에 올라가면서 부른 노래라는 것을 기억하면 시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 시의 주제는 영혼의 평온함과 고요함이다. 영혼의 평온함을 젖 뗀 아이에 빗대어 노래한다.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131:2) 젖 뗀 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머니로부터 독립된 존재를 가리키는 것 같다. 태어나서는 어머니에 매달려서 젖을 먹지만, 시기가 지나면 젖을 떼고 이유식을 먹는다. 그리고 더 크면 단단한 음식을 먹게 된다. 그렇게 사람은 점차 독립적 존재가 되어 간다.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인가? 세상으로부터의 독립이다. 그것을 암시하는 것이 1절이다. “주여,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아니하고 내 눈이 오만하지 아니하오며 내가 큰 일과 감당하지 못할 놀라운 일을 하려고 힘쓰지 아니하나이다.” 이 구절은 뭔가 세상에서 크게 성공해 보려는 꿈과 욕망을 가진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아무 일 없이 평온하게 사는 데에 만족하지 못하고 큰 일을 벌이고 싶기도 하고, 뭔가 놀라운 일이 생겨서 크게 성공하기를 바란다. 눈은 높아지고 마음은 교만해진다. 그런데, 시인은 하나님의 전에 올라가며 그런 마음을 내려놓는다.
하나님 앞에 가려면, 세상 사람들 사는 대로 따라가던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세상으로부터의 독립이고, 세상으로부터의 자유이다. 이 세상으로부터 그리스도의 세상으로 건너가고, 사탄의 세상으로부터 하나님의 세상으로 넘어간다. 성전에 올라가는 것은 그런 것이다.
따라서 2절의 젖 뗀 아이는 세상으로부터 독립한 그리스도인을 가리킨다. 세상에서 남과 싸우는 데서 힘을 얻고 살다가, 세상으로부터 고개를 돌려 하나님의 전을 바라본다. 어머니는 세상을 가리킨다. 젖 뗀 아이는 어머니와 같이 있어도 매달리지 않는다. 우리는 세상을 떠날 수 없고 세상에서 살지만, 그러나 세상으로부터 독립한 존재이다. 몸은 세상에 있지만 영혼은 세상에 팔리지 않았다.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라고 번역된 구절을 NIV는 “ 내 영혼이 내 안에 있나이다.”로 번역했다. 젖 뗀 아이란 영혼을 세상에 팔지 않고 자기 안에 두고 사는 주체적 인간, 세상과 다른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독립된 자아를 가리킨다.
이 시는 “이스라엘아 지금부터 영원까지 하나님을 바랄지어다.”(3절)로 끝난다. 세상으로부터 독립하여 젖 뗀 아이가 되는 것은 곧 하나님에게 소망을 두는 것을 가리킨다. 거꾸로 말하면, 그리스도를 믿고 하나님에게 소망을 둘 때에 인간은 비로소 젖 뗀 아이가 될 수 있다. 사탄적인 세상의 힘을 이길 권세는 하나님에게 있기 때문이다. 싸움은 나와 세상의 싸움이 아니라 하나님과 사탄의 싸움이다. 하나님을 믿고 소망을 두는 성도는 하나님의 승리에 참여하게 된다.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는 외침은 하나님의 승리를 본 성도의 찬양이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젖 뗀 아이처럼 세상으로부터 독립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