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네. 사순절을 맞으며

봄이 왔네. 사순절을 맞으며

이번 겨울은 꽤 추웠는데, 북극에서 내려온 차가운 기단이 한반도를 덮고 있는 기간이 길었던 모양이다. 하늘이 심술을 부리니 삼한사온도 없어진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아무리 추운 날에도 나가 노는 일은 빠지지 않았는데,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추운 날은 별일 없으면 나가지 않게 된다. 그러나 어느새 입춘이 지나고 겨울도 끝나가는 것 같다. 바람이 불어도 그 속에 온기가 느껴지는 걸 보면, 봄이 오고 있다. 대세라는 말이 어울린다. 대세는 기울었으니 겨울을 밀어내고 봄이...
구름 낀 산, 크고 깊구나

구름 낀 산, 크고 깊구나

얼마 전에 중앙박물관에 가서 구경하다가 김옥균의 글씨를 보았다. 종이가 누렇게 바랬는데, 일본에 망명한 김옥균이 당시에 자기를 도와준 일본인에게 써 준 글씨라고 한다. 그걸 받은 일본인의 후예가 한국에 기증해서 걸리게 된 모양이다. 색이 바랜 종이 위의 글씨는 운산호측(雲山浩測). “구름 낀 산, 크고 깊구나.” 라는 뜻이다. 목숨을 건 거사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피신한 당시의 심정을 그린 글씨 같다. 높은 산은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꿈이요, 거기에 구름이 끼었으니...
하나님 손 안의 금잔이라

하나님 손 안의 금잔이라

2026년에 들어서자마자 미군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고 그 나라 대통령 부부를 체포하여 미국으로 이송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은 그린랜드를 미국 땅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지구촌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다니엘서의 얘기가 떠올랐다. 다니엘서는 기원전 6세기에 유다 나라를 멸망시킨 느브갓네살 2세가 통치했던 시기의 이야기이다. 다니엘서에서 가장 유명한 얘기는 유다에서 포로로 끌려간 청년 다니엘이 사자 굴과 불도가니 속에서 살아난 이야기이다. 그런데,...
희망은 하나님에게서 온다

희망은 하나님에게서 온다

2025.12. 12 금   크리스마스의 계절이다. 성서가 전하는 크리스마스 메시지는 희망이 하나님에게서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를 낮추고 겸손한 자들이 이 땅에 오시는 하나님을 맞이하리라는 얘기이다. 또한 성서는 정치에 대한 경고를 크리스마스 메시지에 담고 있다. 헤롯이 아기 예수를 제거하려고 한 이야기이다.  첫째, 희망은 하나님에게서 온다  크리스마스는 하나님에게서 시작되는 희망의 이야기이다. 사람들의 탄식이 깊어지고 무력감을 느끼며 세상에 희망이 보이지...
남산

남산

서울의 성곽 길을 복원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서울 한양은 그 자체로 보존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문화유산이다. 겸재의 ‘장안연우’라는 그림을 보면 서울이 숲속의 도시요, 보금자리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산으로 둘러싸이고 성곽으로 보호되는 곳이었음을 알 수 있다. 봄비 온 뒤에 안개가 자욱한 서울의 풍경이다. 정면에 원경으로 남산이 보이고 정상에 소나무가 서 있다. 아마 저 소나무 밑에 국사당이 있었을 것이다.  근경의 오른쪽 마을은 지금의 청운동과 옥인동, 그리고 그...
임재당의 일기

임재당의 일기

몇 해 전 내 친구 조원경 목사가 작은 책 한 권을 번역했다. 장흥 임씨 일가의 선비 임재당이라는 분이 쓴 일기인데, 아내 홍 씨가 죽은 1724년부터 1-2년 후에 자신 역시 임종을 맞는 시간까지의 기록이다. 임재당은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며 일기형식으로 짧은 한시 백편을 지었다. 아내가 죽을 때의 나이가 마흔 둘, 임재당의 나이는 마흔이었다. 아내가 죽은 직후의 슬픔을 기록한 시부터 상을 치르며 손님을 맞을 때의 감정과 상이 끝난 후에 시신을 땅에 묻을 때의 슬픔,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