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책 길
비 온 뒤 아침 공기 시원하고
검은 구름 산머리 가리며 천천히 흐르니
살진 감나무 잎사귀 물방울 머금고 밝게 빛나며
짙푸른 숨으로 대기를 채울 때에
비에 씻긴 듯
지저귀는 새 소리 맑고 깨끗하여라
여름 바람결에 나무들 자라 숲을 이루고
이름 모를 풀들 발길 피해 우수수 솟아나니
밟혀도 찌그러지지 않고 눌려도 다시 일어나며
어흠, 자세 가다듬고 꼿꼿하여라
사람들은 저를 일러 잡초라 하였으나
하나님 앞에서는 귀한 존재들.
이름 모를 이들을 기억하시는 하나님
비온 뒤 풀 일어나듯
주의 공의가 만민 앞에 해처럼 솟아나리라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전하니
언어도 없고 소리도 없으나
그 말씀이 온 땅에 가득하고
그 소리가 땅 끝까지 이르러라
싸움은 내 것이 아니니
하나님이 싸우시게 하라.
아픔 속에서는 한 길만 있을 뿐
간절함으로 영혼이 단순해지고
정화된 길을 따라 진실이 가까우니
주여, 저는 무지하니 당신 앞에서
한 마리 짐승과 같았나이다.
메마른 광야에서 말씀이 나오듯
마르지 않는 샘물이여
지금 여기서 뒤로 물러나 낮아지고
하나님 나라는 이미 시작되었노라
하나님의 통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