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에는 크리스마스 메씨지가 나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이들에게 평화로다.”(2:14) 하나님께 영광, 사람들에게는 평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이보다 더 잘 요약해 주는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성서는 그리스도의 오심을 평화를 위한 것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과 사람의 평화는 같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참된 평화를 주러 오셨고, 우리의 평화를 통해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십니다. 참된 평화. 그것은 세상이 만드는 평화와 다릅니다.

세상은 힘으로 누구를 억눌러 평화를 만듭니다. 말하자면 맞먹지 못하게 하고 차별함으로써 평화를 만듭니다. 인간은 오랫동안 힘의 논리로 평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상하 관계가 분명하면 대들지 못해서 평화가 이루어집니다. 집에서도 그렇고 사회구조가 그렇고 국제 사회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심지어는 교회나 사찰에서도 그런 힘의 논리가 통합니다. 오랫동안 인류가 신분질서를 유지했던 것도 알고 보면 그런 식으로 평화를 만들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평화는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기 때문에 거짓 평화입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의 평화와 다르다.” 평화의 구조를 바꾸는 말씀입니다. 세상의 구조악을 헐어버리고 세상의 기초를 새롭게 놓는 말씀입니다. 그 일을 통해 하나님은 영광을 받으십니다. 세상의 참된 평화를 통해 하나님은 영광을 받으십니다.

참된 평화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입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때에 인간은 자기 숭배에서 벗어나 참된 평화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인간은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고 자기를 숭배합니다.

그런데 인간이 자기를 숭배하는 까닭은 이웃 숭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인간은 타고난 모방욕망 때문에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중심이 남에게 있습니다. 그러한 이웃숭배는 우상숭배입니다. 이웃을 부러워하는 것은 결국 이웃의 돈과 힘과 명예를 부러워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시기심과 증오심으로 연결됩니다. 우상숭배를 금한 까닭은 결국 이웃과 분쟁을 일으켜 평화를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웃숭배는 이웃사랑의 정반대입니다.

그러한 이웃 숭배가 인간의 자기 숭배를 낳습니다. 이웃 숭배 때문에 사람은 중심을 남에게 내 주고 삽니다. 중심을 잃어버린 나는 중심을 잡기 위해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 존재가 됩니다. 그것이 자기 숭배입니다. 인간은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고 숭배하고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고 숭배합니다. 숭배는 중심을 잃은 행위이므로 평화가 없습니다.

이웃 숭배를 벗어나는 길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입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면 자기 숭배에서 벗어나고, 자기 숭배에서 벗어날 때에 이웃 숭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는 순서를 바꾸어 말해도 됩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면 이웃숭배에서 벗어나 자기 숭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은 하나님을 숭배하지 않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힘의 논리 속에서 믿으면 하나님을 숭배하는 것이지요. 그것은 우상숭배입니다. 우상숭배는 소유욕과 배타적 지배욕망을 부추겨 폭력성을 증가시킵니다. 이웃과의 갈등을 증폭시킵니다. 하나님 신앙이 하나님 숭배 곧 곧 우상숭배로 이어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숭배하지 않고 사랑할 때에 자기를 사랑할 수 있고 자기를 사랑할 때에 이웃 숭배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으로 이웃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자유와 사랑은 같이 갑니다. 그 때에 평화가 있습니다.

결국 종교는 자유와 사랑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참된 평화는 자유와 사랑에서 생기고, 사랑은 이웃 숭배를 벗어나는 데서 생깁니다. 그리고 이웃 숭배를 벗어나는 일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데서 가능합니다. 하나님 앞에 선 단독자이지요. 그때에 나는 내가 되고 내 영혼은 참된 평화를 누립니다. 내 영혼의 참된 평화는 세상의 참된 평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때에 크리스마스의 하나님 곧 임마누엘의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실 겁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이들에게 평화로다.” 아멘.

사진. 프랑스 알사스의 도시 꼴마의 크리스마스 거리 (2006년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