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목련이 지기 전에 더 보려고
천천히 동네를 걸었다.
아침, 신선한 바람에
떨어지는 목련 잎이 얼굴에 와 닿는다.
이 무슨 호강인가.
바람 실은 꽃잎이 콧등을 스치는
순간의 호강
순간과 찰라, 자유와 영원, 미학과 종교
목련 나무 밑에 한참을 서 있었다.
2. 어느날 갑자기
동네 벛꽃이 일제히 피어났다
늘 그렇듯이
어느날 갑자기
마른 가지들 위를 흰 벚꽃이 뒤덮었다
무에서 유로의 전환
이 무슨 아름다움의 잔치인가
햇살에 비쳐 더 눈부신
공중의 꽃길
존재의 잔치
내 영혼은
초대받은 손님이 되어
마냥 즐거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