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이야기

세 가지 이야기

성서는 고 문서이다. 수 천 년 전의 문서를 읽으며 영혼을 울리는 영원한 말씀을 느낀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흐르지 않는 영원 안에서 인간의 시간이 흘러 지나간다고 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지나가지만 우리가 겪은 모든 일들은 하나님의 영원한 현재 안에 있다. 첫 번 째 이야기. 이집트를 나와 광야에서 40년 간 방황하던 이스라엘이 마침내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들은 자기보다 큰 민족들을 내보내고 하늘 높이 솟은 성벽의 도시들을 차지하게 된다. 이스라엘의 가나안 입성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눈이 하얗게 내리니 보기 드물게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려나 보다. 눈은 인간 세상의 윤곽을 덮는다. 덮는다고 사라지기야 하겠는가. 하늘의 눈이 덮어준다고 이 땅의 오염과 소란과 혼란이 없어지기야 하겠는가. 그러나 세상을 하얗게 덮는 눈은 그림을 새로 그리도록 해주는 희망의 선물인 것 같다. 기존의 세상 위에 하늘로부터 주어지는 새로운 삶과 새 세상의 가능성이 시작된다. 그것은 하나님의 가능성이다. 세상으로 오시는 하나님에 대한 상념에 젖어 천천히 산책길을 걸었다. 아무도 밟지...
골목길을 걷다 보면

골목길을 걷다 보면

겨울을 향해 가는 11월 중순. 날씨는 쌀쌀해 졌지만 아침 햇살은 언제나 축복의 빛이 아닐 수 없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붉은 단풍과 노란 은행 잎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존재를 드러낸다. 두툼하게 밟히는 낙엽들은 산책을 위해 깔아 놓은 주단과 같다. 관리하는 분들이 열심히 낙엽을 쓸지만, 그렇게 밟고 갈 수 있도록 산책 길에 손을 대지 않은 배려가 아침 햇살에 반짝인다.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잎 큰 낙엽들. 어린 시절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받아먹으려 입을 벌리고...

미하일 고르바초프

미하일 고르바초프 (1931-2022) 얼마 전에 소련의 마지막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30여 년 전 나의 청년시절의 기억에 새겨진 그의 온화하고 지적인 얼굴이 떠올랐다. 1980년대 말에 그가 벌인 여러가지 일들은 세계를 놀라게 했었는데, 그 시절 유럽에 유학 중이었던 나는 고르바초프를 일종의 혁명가로 인식했고 평화의 사도로 여겼다. 그는 핵무기로 대립하던 냉전 시대를 끝냈고, 비밀경찰의 감시 하에서 감옥생활하던 소련과 동구의...
평화에 대하여 2  예언자들의 환상과 칸트의 영구평화론

평화에 대하여 2 예언자들의 환상과 칸트의 영구평화론

구약성서에 나오는 스가랴는 BC 6세기에 바빌론에서 탄생했다. 바빌로니아 제국을 멸망시키고 중동의 새로운 패자로 등장한 페르시아 제국의 다리우스 왕 시대에 예루살렘의 재건을 위해 힘쓴 유대인 예언자가 스가랴이다. 구약성서에 보면 BC 8세기에 앗시리아의 살만에셀과 그의 아들이 북이스라엘의 수도 사마리아를 점령한 후에, 이스라엘인들을 이역만리 낯선 곳으로 흩어버리고 사마리아에는 다른 나라의 다양한 주민들을 이주시켜 살게 만들었다(열왕기하 17장). 그때에 추방당한 이스라엘...
교토학파에 대하여

교토학파에 대하여

몇 년 전에 교토 대학에서 공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교토 대학에는 종교 철학과라는 이름으로 철학과가 존재한다. 교토대의 종교 철학과는 이른바 교토 학파의 탄생지로 유명하다. 20세기 초에 서양 철학과 일본 사상을 종합하여 사유하는 학자들이 있었고, 그들의 학문이 몇 대를 걸쳐 이어지면서 교토 학파가 탄생했다. 교토 학파의 철학은 일본의 독특한 철학으로 알려져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연구하는 것 같다. 서양 학자들도 교토 학파의 사상을 번역해 소개하고, 서구의 유학생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