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수훈과 법철학

산상수훈과 법철학

루터는 1523년에 <세속권세에 대하여, 세속권세 어디까지 복종해야 하나>라는 글을 통해 자신의 정치신학을 세상에 알렸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이나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에 나오는 자연법 사상 그리고 루터의 글은 서구 정치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알고 보면 서양의 정치사상과 법사상은 복음과 법의 관계를 정립하면서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의 복음이 말하는 사랑은 법적 정의를 넘어서며 법을 구속하기 때문이다. 법은 평화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국화 옆에서

국화 옆에서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연무 곧 안개가 끼고 산책길은 신비롭다. 기온이 내려가며 겨울을 재촉하는 비. 그 중에서도 국화는 아름답다. 차가운 비를 맞으며 자태를 잃지 않고 고운 빛깔과 향기를 유지하는 담장 밑의 소담한 국화꽃. 국화가 아름답다는 생각은 이번 가을 산책 중에 처음 갖게 되었다. 국화에 대한 찬양이 많았지만 사실 국화 좋은 줄 몰랐다. 온실에서 키운 화분 속의 국화가 꽃도 크고 탐스럽지만 그리 좋은 줄 몰랐다. 국화를 사군자로 삼은 조상들의 감탄도 그리 와 닿지...
천천히 걸으며

천천히 걸으며

아침 산책 때에는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은은한 햇살과 어우러진 시원한 대기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조용히 서서 주변을 훤하게 비추는 단풍짙은 가을나무. 나무가 마시는 공기를 같이 마시며 그들의 세계로 발을 들여 놓는다. 부지런한 아침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다 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아침 햇살에는 색깔이 있다는 것. 떠오르는 해의 붉은 빛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일까. 헷빛을 받은 풀 잎들이 붉은 색을 띤다. 만물을 살리는 투명한...
서양 윤리학의 두 줄기

서양 윤리학의 두 줄기

학생들과 루터의 <선한 행위에 관하여>를 읽었다. 이 글은 개신교 윤리의 기초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철학으로 말하면 칸트가 대표하는 근대 자유주의 윤리의 기원이 된다. <실천이성비판>과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의 배경을 이룬다고 할 수도 있다. 칸트 책의 어느 부분은 루터의 용어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루터는 신앙이 가장 먼저 일어나는 행위이고 최고의 행위요 최선의 행위라고 한다. 다른 모든 선은 신앙에서 나간다고 본다. 윤리의 종교적...
한글

한글

청년 때부터 한글에 관심이 많았다. 한글은 우리의 일상어이며,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말이다. 한글을 물려받아 모국어로 삼고 있는 우리는 우주와 삶에 대한 느낌과 경험을 한글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깨달음을 말하고자 할 때에 우리에게는 역시 한글이 가장 알맞다. 한글에는 이 땅의 냄새가 배어 있고 이 땅에서 수만년 살았던 사람들의 땀냄새가 배어 있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어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이미 배운...
한국의 무속과 일본의 신도

한국의 무속과 일본의 신도

우리나라 무속에는 무당들이 모시는 신이 있다. 무속신화에 나오는 신들도 있지만 최영 장군이나 조선시대의 남이 장군처럼 억울하게 죽은 유명한 장군들도 민중들의 가슴에 남아 내려오다가 무속의 신으로 모셔졌다. 사진은 은평구에 있는 금성당이다.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나주의 금성대왕 신앙이 한양에 들어와 자리를 잡은 굿당이다. 세 군데에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진관동에만 남아 있다. 금성당에서는 세종대왕의 여섯째 아들 금성대군도 신으로 모신다. 금성대군은 단군복위 운동을 추진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