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목

귀목

40 대 중반, 우리 조상들의 사상에 대한 관심 때문에 유학을 공부하기 시작할 무렵에 인터넷에서 동양화 한 폭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우연히 보게 된 월전 장우성의 <귀목>이라는 그림이다. 채색 동양화이다. 그 그림에 한없이 빨려 들어가 다운 받아서 한동안 보고 또 보고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 그림과 맞딱뜨린 나의 감정은 충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에게 풀 먹이고 소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 소년은 풀을 한 짐 지고 간다....
장마

장마

장마는 늘 6월 말과 7월초에 걸쳐 있었다. 쏟아진 빗물이 마당 안에 여러 개의 골을 만들고, 골 따라 흐른 물들이 합해져 제법 큰 물이 되어 몰려 내려갔다. 조그만 마당에서 벌어지는 맑은 물들의 율동을 내다보며 실내의 안온함을 느끼곤 했다. 장마가 끝나면 땡볕. 어머니는 빨래를 내다 너느냐고 분주했었다. 장마철이면 늘 반복되는 삶의 모습이었다. 언제부턴가 철 잃은 기러기처럼 때가 되어도 비가 안 오더니 철 지난 비가 폭우가 되어 수시로 쏟아졌다. 아예 장마철이란 것이 없어진...
평화에 대하여(1) –  로마의 평화와 그리스도의 평화

평화에 대하여(1) – 로마의 평화와 그리스도의 평화

신학자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평화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성서의 중심 주제는 평화라고 할 수 있다.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은 평화에서 시작해서 평화로 끝난다. 누가복음에는 그리스도가 탄생할 때에 하늘에서 들린 천군천사의 장엄한 노래를 전한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이들에게 평화로다.” 그리스도의 탄생 메씨지는 이 땅의 평화이다. 한편 요한복음에 따르면 그리스도께서 부활한...
봄의 찬가

봄의 찬가

1. 목련이 지기 전에 더 보려고 천천히 동네를 걸었다. 아침, 신선한 바람에 떨어지는 목련 잎이 얼굴에 와 닿는다. 이 무슨 호강인가. 바람 실은 꽃잎이 콧등을 스치는 순간의 호강 순간과 찰라, 자유와 영원, 미학과 종교 목련 나무 밑에 한참을 서 있었다. 2. 어느날 갑자기 동네 벛꽃이 일제히 피어났다 늘 그렇듯이 어느날 갑자기 마른 가지들 위를 흰 벚꽃이 뒤덮었다 무에서 유로의 전환 이 무슨 아름다움의 잔치인가 햇살에 비쳐 더 눈부신 공중의 꽃길 존재의 잔치 내 영혼은...
전쟁과 교회

전쟁과 교회

1. 우크라이나의 아름다운 도시들이 무참하게 파괴되고 있다. 피난 길을 떠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눈물에는 헤어진 아빠와 남편을 다시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슬픔이 담겨 있다. 살아남은 노인들은 삶의 역사가 담긴 거리와 건물들이 사라지는 것을 애통해 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훔친다. 푸틴의 침략 전쟁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세력이 교회이다. 러시아 정교회는 잘못된 신학을 가지고 신의 이름으로 푸틴의 전쟁을 축복한다. 또한 교인들을 움직여 국민의 이름으로 푸틴의 전쟁을...
하나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나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가진 게 많은 자는 더 가지려 하고, 영토가 큰 나라는 그걸 지키려고 더 영토를 넓히는 제국주의에 빠진다. 그 탐욕이 불러오는 인간의 불행과 무고한 자들의 희생. 딸 하나를 둔 우크라이나의 젊은 아버지가 예비역으로서 총을 들고 전쟁터로 나가면서 결연하게 말한다. “우리 후손은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게 해야합니다. 우리 딸이 아버지를 자유를 위해 싸운 사람으로 기억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