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우리 나라

지난 여름의 광복절에 온 나라를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그렇잖아도 뜨거운 날씨에 그 일 때문에 열기가 더해진 것 같다. 독립기념관 관장이 새로이 임명된 사건이다. 이 분은 일제 강점기 때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말해서 문제가 되었다. 그 분의 주장대로라면 1910년 이후 일제 강점기 동안에 한국 사람은 일본인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의 주장과 일치하지만 한국인들의 인식과는 분명히 맞지 않는 내용이다. 일제 시대에도 한국인들은 독립의 의지에 불타 있었을...
뜨거운 여름

뜨거운 여름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 과거에도 더운 날들이 있었으나 내가 여름에 태어나서 그런지 여름나기가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에는 대청에서 바람 쐬며 어머니가 내오신 수박, 참외나 미시가루를 맛있게 먹으며 여름을 났다. 작은 한옥이었지만 대청이 있어서 인왕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꽤 시원했다. 우리 집은 부자가 아니었지만 어머니의 살림살이는 깔끔하고 풍요로웠다. 어머니는 삶의 의욕이 넘치는 분이요, 먹는 걸 좋아하시고 요리를 잘 하셔서 집에 간식이 떨어지지...
선한용 선생님(1932-2024)

선한용 선생님(1932-2024)

선생님은 일제 강점기 때에 초등학교를 다니셨고, 한국전쟁 때에 어린 학생 신분으로 국군과 경찰을 도와 빨치산과 투쟁하시며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셨다. 광주사범 학교를 졸업하시고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부산에 피난 와 있던 감리교 신학대학에 입학하셨다. 신학대학에서 만난 장기천은 선생님의 평생 친구가 되었다. 내게 두 분의 스승이 계시는데, 선한용 교수님과 장기천 목사님이다. 선생님은 아우구스티누스 연구에 평생을 바치셨으며, 번역본 『성 어거스틴의 고백록』 은 국내 번역본...
교만은 우상숭배와 같으니

교만은 우상숭배와 같으니

구약성서를 읽다 보면, 신앙 여부를 떠나서 성서 속의 이야기들이 매우 재밌고 흥미롭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있었던 역사 같기도 하고 전설 같기도 한 얘기들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잠자리에서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처럼 아이들에게 성서 얘기만 들려주어도 흥미진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서에는 인간사의 굴곡에 대한 리얼리즘이 있고, 비극 속의 희망과 반전이 있다. 성서를 읽으며 성서 내의 심오한 속뜻을 인류의 정신사와 연관지어 묵상하게 되는 경우가...
칸트 탄생 300 주년

칸트 탄생 300 주년

올해는 독일의 철학자인 임마누엘 칸트가 태어난지 3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가 태어나고 죽은 곳은 쾨니히스부르그. 2차 대전 후에 패전국 독일의 영토 분할 과정에서 지금은 러시아 소유가 되었고, 칼리닌그라드로 불리운다. 독일을 비롯한 서구는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 등의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칸트 탄생을 기념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칸트의 자유주의 사상과 다른 길을 걸어온 러시아에서도 칸트를 기념하는 학술대회가 열린 모양이다. 그만큼 칸트가 미친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꾀꼬리 소리를 듣다

꾀꼬리 소리를 듣다

  어느새 벗꽃도 지고 한강 변 버느나무들이 연두색을 띠는 계절이 되었다. 학교에 있을 때인데 어느 해이던가. 김홍도의 그림을 컴퓨터 스크린에 띄어 놓고 보며 봄을 지낸 적이 있었다. 그림 제목은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는다는 뜻이다. 조랑말 위에 앉아 있는 선비가 어딘가를 올려다 본다. 한 손은 고삐를 잡고 한 손은 부채를 들고 있다. 비탈길인듯, 말의 뒷다리는 약간 구부러져 있고 앞다리는 꼿꼿이 세워 수평을 이루고 있다. 말이 서 있는 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