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청년시절에 신학 공부를 위해 머물렀던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는 크리스마스의 도시로 유명하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장터는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 되었고 규모도 가장 크다. 오늘날에는 도시 곳곳에 300 여개의 가게들이 들어서고, 관광객도 매년 200만 명이 모여 든다고 한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스트라스부르를 ‘크리스마스의 수도’(Capitale de Christmas)라고 부르며, 시민들이 모여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밝히는 점등식을 거행하기도 한다. 11월부터 거리와...
험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험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이집트의 파라오가 야곱에게 물었다. “나이가 몇이나 되오?” 야곱이 답한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 삼심년입니다. 내 나이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년수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나 짧지만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창세기 47:9) 야곱은 나이 백 삼십에 아들 요셉이 있는 이집트로 내려 간다. 백삼십 살을 적은 나이로 여기는 것은 아마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떠올려 하는 말인 것 같다. 아버지 이삭은 180세에...
오동잎 소리에

오동잎 소리에

18세기 초에 송강 정철의 후손인 정호라는 분이 쓴 시가 있다. 칠월칠석 날이라, 가을 기운 느끼기에는 아직 이른데 (七月七夕秋氣早) 위에서 들리는 오동 잎 소리에 지레 놀라네 (梧桐葉上最先驚) 돌아가고 싶으나 돌아가지 못하는 강남객이여 (欲歸未歸江南客) 여관에서 잠못이루며 비오는 소리 듣네 (旅館無眠聽雨聲) 정호는 1710년, 나이 63세에 함경도 갑산에서 유배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늦은 나이에 유배지로 향하는 마음이 오죽했으랴. 유배가는 도중에 어느 여관에 머물며 그...
바람이 바뀌었네

바람이 바뀌었네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바뀌었다. 아직 낮에는 덥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기운이 완연하다. 250년 전쯤 인왕산 기슭에 집을 짓고 살았던 겸재 정선이라면 이맘때쯤 초막에 앉아 백악산 흰 바위에 내린 볕의 색깔이 변한 걸 보고 있었겠지. 가을이 오고 있음을 좋아하면서. 아니면 집을 나와 조용히 걸어 수성동 계곡의 물소리를 듣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머지 않아 계곡 물이 마를테니까 말이다. 어린 시절 동무들과 놀았던 기억에 의하면, 원래 인왕산은 바위산이라 물이 많지 않다....
에우리피데스와 도스토예프스키

에우리피데스와 도스토예프스키

에우리피데스는 기원전 5세기에 활동한 아테네의 극작가이다.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아 함께 3대 비극작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BC 5세기는 소크라스테스가 활동한 시기이고, 동아시아에서는 공자가 유학의 기초를 놓던 시절이다. 다시 말해서 동서양에서 인문주의가 싹트던 시절인데, 이것은 제물을 신에게 바치던 고대 종교가 쇠퇴하고 합리적 인간의 덕성을 통해 세상의 평화를 만들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BC 5세기 아테네에는 유명한 페리클레스에 의해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벌써 초여름인가

벌써 초여름인가

어제 밤에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렸다. 한강 하구 둑 너머로 남아 있는 논들이 하나 둘 없어져 가는데, 어디서 개구리가 우는가? 아직 모내기도 하지 않았는데 개구리들이 어디서 모여 울고 있는가? 아니, 그보다도 5월 초에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리다니. 지구 온난화가 여러가지 변화를 만드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몇해 못들었던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니 반갑다. 덩치는 작지만 밤에 울리는 개구리 울음 소리는 공명이 되어 천지를 채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안개인지 비인지 모르게 산이...